1부

문서 7개

이름에게 고함 1

고죠유지

프롤로그“이름을 쓴다는 건 말이다, 유지.”달 지난 달력의 뒷면에 크게 유지의 이름을 써서 보여 주며 할아버지가 말했다.“그것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네가 갖는다는 뜻이다.”“권리?”“예를 들어서 그 공책, 그렇지. 거기에 이름을 쓰면 그 공책은 네 것이라는 표시가 되는 게야.”갓 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유지를 위해 새로 산 공책 표지의 빈칸을 가리키며 이타도...

2025. 11. 15.

이름에게 고함 2

고죠유지

*** “매일 그렇게 책만 읽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한참 도련님 곁에 앉아 있던 유지가 불쑥 물었다. 존대를 관두라고 말한 뒤, 유지는 사양 않고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싫으면 제대로 존대하라고 말했을 테니 도련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겠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도련님과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그렇겠군. 너는 심심하겠네.”...

2025. 11. 15.

이름에게 고함 3

고죠유지

*** “어디 가?”휴일을 맞아 영화라도 보러 갈까, 하고 방을 나서려던 유지의 뒤에서 묘하게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방 사이를 가른 장지문을 열고 빤히 올려다보는 푸른 시선에, 유지는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라? 도련님, 오늘은 주술 훈련 안 해?”“……담당 술사가 사정이 생겨서. 어디 가?”“그렇구나. 그럼 모처럼 좀 쉬겠네, 도련님도...

2025. 11. 15.

이름에게 고함 4

고죠유지

*** 도련님이 아픈 덕에 교육 일정 대부분이 취소된 듯했다. 고죠가에서는 유지가 하루 정도 더 학교를 빠지고 도련님 곁에 붙어 있기를 바랐다. 거절할 입장도 아니거니와 제게 매달린 도련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속이 꽉 막히는 듯 걱정이 차올라, 유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학교 측에는 치에 씨가 연락을 넣었다.“……너 진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프린트...

2025. 11. 15.

이름에게 고함 5

고죠유지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그리 거창한 계획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유지는 일단 도련님을 데리고 쇼핑센터에 들렀다. 워그레이몬이 그려진 볼캡 하나를 골라 씌워 주자, 도련님은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마음에 들었는지 캐릭터 자수를 만지작거렸다.“선물이야.”“선물?”“난 도련님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이미 지났으면 생일 선물로 치자.”“……12월.”“응?”“...

2025. 11. 15.

이름에게 고함 6

고죠유지

*** 다음 날 아침, 멀쩡해진 유지가 깨어났다. 자신이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 잠들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짜로 도련님 곁에서 잤다는 사실에 기겁했다. 아예 조반까지 같이 들이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으나 도련님은 태연하게 식사를 권할 뿐이었다. 피를 흘렸으니 더 잘 챙겨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어쨌거나 그렇게 당한 것치고는 상태가 빨리 좋아...

2025. 11. 15.

이름에게 고함 7

고죠유지

*** “……뭐지, 이거.”근무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려던 유지는 문득 손에 쥔 부분이 다른 곳과 두께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의 색이 어두워 안이 들여다보이지는 않았지만, 만져 보니 알 수 있었다. 꼭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손바닥만 한…….“……?”거기다 안쪽에 바느질이 새로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옷감과 색이 다른 실로 꿰매진 탓에 미묘...

2025. 11. 15.